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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온샘의 독서 기록

읽었다는 착각(조병영 외 / EBS북스)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언론 보도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문해력 저하는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이 왜 이렇게 문해력이 저하되었는지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그 중 한 가지로 성인 문해력 저하도 들 수 있을 것이다.

성인의 문해력이 저하됨으로써 그들이 키우는 아이들의 문해력도 같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문해력은 간단하게는 ‘글을 읽고 쓰는 힘’이지만, 나아가서는 그것으로 생각하고 소통하면서 다양한 세상일에 참여하는 ‘실천적 의미 구성 능력’이다.(24쪽)
어른들의 문해력 실천은 곧 미래라는 시간과 공간의 설계이자, 후속 세대의 삶과 세상을 엄숙하고 엄밀하게 고민하는 작업이다.(25쪽)

 

아이들의 문해력 문제를 언급하는 경우, '쯔쯧, 말세로구만' 하는 식의 어조로 이를 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굉장히 부적절한 반응이자 평가이다.

아이들의 문제는 어른들의 문제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송곳처럼 생각해야 한다.

어른이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데, 아이들이 책을 손에 들 리가 없다. 

 

 

책만 읽는다고 문해력이 온전히 숙달되지 않고, 많이 읽는 것 못지 않게 책을 깊게 있는 노력과 전략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과학적 연구와 이론에 기대어 볼 때, 독서량과 문해력 사이에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13쪽)

 

자기 스스로도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는 다독을 강조한다.

어른들의 이런 아이러니한 행동은 아이들이 독서에 대해 반감을 갖게 하고, 기계적인 다독으로 아이의 독서는 점점 망가진다.

많은 책을 읽어도 정작 문해력이 향상되지 않는 것이다. 

위 구절에서의 독서량은 다독보다는 정독의 횟수를 의미한다.

겉보기에는 돌아가는 길인 것 같아도  깊고 넓게 그리고 비판적으로 독서하는 일만큼 문해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은 없다. 

 

 

독자가 품는 ‘질문’은 불확정성의 미디어 공간에서 우리의 시야를 확보하는 거의 유일한 도구다. 질문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우리가 읽고 쓰고 소통하는 환경에 대해 각성하고 있다는 증거다. 질문은 우리가 단지 반사적으로 정보 섭취의 행동에만 길들여진 무의식의 독자가 아니라, 눈앞의 정보를 예리하게 평가해서 새로운 앎으로 전환시키는 ‘생각하는 독자’임을 확인시켜 준다.(37쪽)
진위와 의도가 모호한 미디어 자료를 읽을 때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첫인상에 기대어 만들어 낸 글에 대한 자신의 ‘가설’이 합리적인지 판단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근거’를 찾으면서 읽는 일에 익숙해야 한다. 추측과 추론의 차이는 정확한 근거의 유무이다. 섣부른 예상은 그저 ‘추측(guess)’이지만, 지식과 근거에 기댄 추측은 ‘합리적 추측(educated guess)’ 즉, 추론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정확한 앎과 사유에 기여하는 추론이다.(41쪽)

 

오늘날의 독서 형태는 복합양식 텍스트를 효과적으로 읽어내는 일로 변모하고 있다.

오히려 책 한 권을 잘 읽어내기만 하면 되었던 예전의 독서가 더 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독자들은 정보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평가하며 비판적으로 읽는 행위를 버릇처럼 행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판적 읽기는 고차원적인 사고이기 때문에 숙련된 독자가 아니고서는 이를 버릇처럼 행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불확정성의 정보 환경에서 합리적인 독자는 텍스트와 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들리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 드러난 것과 감추어진 것에 대해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분명한 근거를 확인하면서 논리적이고 냉철하게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 섣불리 추측하고 엉겁결에 판단하지 않는 자세, 중요한 결정 앞에서 한 번 멈추는 용기, 분명하게 분석하고 결정하려는 태도는 악성 루머나 왜곡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인포데믹 시대에 명민한 독자로 살아남기 위한 최우선 전략이 아닐 수 없다.(42쪽)

 

국어시간에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은 '영리한 독자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진위를 구별하기 어려운 정보가 뒤섞여 있는 독서 환경에서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에게 속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 아이들은 더욱더 영리해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문해력을 기르는 제1원리는 다름 아닌 ‘기회’ … 성취는 기회 없이 가능하지 않다. 사람들 간의 성취의 격차는 사실 기회의 격차와 관련이 깊다. 대개 능숙한 독자들은 자의든 타의든, 또는 환경에 의해서든, 살아가면서 의미 있게 읽고 쓰는 기회, 그런 방법들을 배우고 다듬을 기회가 많았을 것이다.(42쪽)

 

또한 국어시간에 아이들이 문해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학습의 바탕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요즘의 국어교사들이 지닌 책무라는 생각도 들었다.

글을 잘 읽고 쓰는 사람이 되게 하려고 지금도 수많은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지만, 가르치는 내용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질문하며 읽는 연습, 전략을 활용하며 글을 읽는 시간 갖기, 자료 분석의 기준 알려주기, 자신의 읽기 점검 기준 적용하기 등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수많은 기준과 체크리스트들을 학생 수준으로 바꾸어서 활용하는 방식으로 더 구체적인 수업 활동을 마련할 수도 있다.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성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종류의 글 읽기 방안을 알려주기 위해 펴낸 책이기에 '문해력에 목마른 성인들'에게 더할 나위없이 필요한 책이다.

동시에 학생들의 문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업 방안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