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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온샘의 독서 기록

목요일의 작가들(윤성희 / 궁리)

 

 

나는 글쓰기 선생이지만, 글뿐만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이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내어주고 싶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공부하고, 손잡고 나란히 길을 걷고, 그러다 길도 함께 잃고 싶다. 그러다 A/S 가 필요하면 기꺼이 달려가 해주고, 함께 자라고, 함께 나이테를 만들어 가고 싶다. (252쪽)

 

 

한 글쓰기 선생님이 아이들과 수업했던 일을 담담히 써 내려간 글을 읽으며, 수십 번 마음이 일렁이고, 여러 번 눈물이 고였다.

작가는 자신의 책에 ‘세상에 없는 글쓰기 수업’이라는 말을 붙였지만, 글을 읽는 내내 나와 함께 했었던 아이들의 잔상이 겹쳤고 물결처럼 그리움이 밀려왔다.

작가의 말처럼 나 역시 그동안 아이들을 알아가는 재미로, 그리고 같이 성장한다는 기쁨으로 글쓰기 수업과 책 쓰기 활동을 해왔던 것 같다.

 

좋아하는 시로 아이들과 수업할 때, 그리고 아이들이 쓴 글을 읽다가 눈물을 흘릴 때,  국어 교사여서 행복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하는 때가 늘어나는 요즘이지만, 그러한 순간만큼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국어 교사가 되곤 한다.

정규 수업 시간에 글쓰기 수행평가만 해보아도 아이들의 아픈 속사정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글쓰기 동아리를 운영하면 마음이 아픈데 말할 곳 없는 아이들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때가 많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사춘기 시절 아픈 마음을 풀어내려 몸부림치다가 글쓰기를 시작했다.

목요일의 작가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에는 일반 학교보다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한 아이들을 끌어안고 글쓰기 수업을 해낸 작가의 어려움과 보람, 기쁨이 어느 정도였을지, 같은 교사로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으나 작가가 되었다는 작가와는 달리,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작가가 아닌 국어 교사로 살아가고 있다.

어릴 적 책 읽기를 좋아했고, 중고등학생 때는 백일장에서 늘 상을 받는 글 잘 쓰는 아이였다.

편지쓰기와 일기 쓰기가 생활의 기쁨이었고, 교지 편집부로 활동하며 책 만드는 재미를 배웠다.

시 쓰는 것이 행복했고, 팬픽을 읽고 쓰며 방송 작가의 꿈을 품기도 했다.

작가가 자신의 청소년기를 고백하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동질감과 함께 비슷한 성장 과정을 겪어도 가는 길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무겁게 느꼈다.

 

교사보다는 작가를 먼저 꿈꿨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나는 정해진 교육과정 안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점을 갑갑하게 느낄 때가 많다.

작가가 아이들과 자유롭게 글쓰기 수업을 하는 과정을 따라가자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글쓰기를 배워나갈 수 있을지를 한참 생각했다.

수업 과정을 읽으며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고, 교사로서 글쓰기와 아이들이 대하는 자세에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그리고 '블록 만들기', ‘소리 글쓰기’, ‘릴레이 글쓰기’, ‘빙의하여 쓰기’, ‘마음 사전 쓰기’, ‘골목에서 생각 찾기’ 등과 같은 수업 실천의 꿀팁들을 내 수업에도 옮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글쓰기 수업을 자꾸 되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하게 될 수업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아이들과 책 한 권을 펴내고 나면, 다시는 글쓰기 수업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글쓰기와 책 만들기의 묘한 마력에 빠지면 이 일을 그만둘 수가 없어진다.

고통스러울지라도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과정을 겪고 나면, 아이들이 눈에 띄게 자라나 있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고 나 자신 역시 교사로서 한 뼘 더 성장해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목요일의 작가들’을 읽으며, 내 지난 교직 생활 속에 살아 있는 ‘기억 속의 작가들’을 떠올렸다.

지금은 어엿한 성인이 되어 어딘가에서 제 몫을 충실하게 살아내고 있을, 이루고 싶은 꿈을 향해 한 걸음씩 걸으며 학교생활을 해내고 있을, 그리고 내 기억 속에서는 아직도 어린 모습 그대로인 아이들.

글쓰기 수업을 하면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을 한 권의 책으로 남겨 둘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씩 나에게 남은 책이 이제는 여러 권이 되었다.

아무래도 이 맛에 자꾸 아이들과 글을 쓰고 책을 펴내나 보다.